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최문자 - 옥수수라고 부르지 마

옥수수라고 부르지 마

-최문자

들판
옥수수밭에 나가
옥수수 하나 붙잡고
옥수수 하나 알 듯
나를 안다고
나를 옥수수라고 부르지 마
옥수수 헝클어진 술다발
서로 스쳐갈 때
스쳐간다고 해서
여러 겹 옥수수 마음이
우두둑 씹히지 않는 것처럼
저 시퍼런 밭에 나가 앉은
배고 또 배도 시원치 않은 자궁들
혼자 떨며 수태하는 자둥들
나도 옥수수도
모두 알 수 없는 슬픈 아이를 배고
시퍼렇게 크는 태아가 있어.
들판
옥수수밭 옆에 차를 세우고
쉬운 이름 부르듯
나를 옥수수라고 부르지 마.
옥수수 하나 붙잡고
큰 고통 지워버리고
그냥 옥수수라고 부르지 마.
아무 소리 나지 않지만
수만평에 서있는 옥수수 그림자 속에
아직 나오지 않은 옥수수의 말이 있어.

<월간조선>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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