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빗살이 촘촘한 가는 빗을 좋아했다.
자고 나면 맹렬하게 엉킨 머리도
가는 빗살로 찔러 가닥가닥 풀어냈다.
한줌씩 뜯겨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면서
너 좀 힘들겠다. 어머니는 말끝을 흐리셨다.
그냥 저냥 넘어가는 얼레빗을 놔두고
그 동안 지루하게 가는 빗으로만 삶을 빗겨왔다.
마른 덤불에 말라붙은 끈적끈적한 사실까지
가위로 싹뚝 끊어내지 못하고
끈질기게 가는 빗질 하는 동안
아, 너무나 굵은 기쁨들을 놓쳐버렸다.
생머리가 파마머리로 바뀌면서
빗살의 틈새는 넓어졌다.
엉키다 굳어버린 사실들을 쓱쓱 잘라내면서
모근에 닿지 않는 굵은 빗살로
나의 모든 껍질만 쓱쓱 빗어내렸다.
아직도 서랍 속에 남아 있는 적지 않은 가는 빗들
그 투명한 부대낌으로
촘촘하던 빗살이 서너개 씩 이가 빠져 있다.
부러져나간 의식의 손발톱을
서랍을 열고 가끔씩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