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닭들이 오늘 수만 개의 알을 낳았다. 얼굴
을 붉히지도 않고 눈을 부릅뜨지도 않고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지도 않고 빨갛게 빨갛게 터지는 곳도 없
이 금세 깨질 것 같은 정신의 알을 하얗게 떨어뜨렸
다. 무정란을 낳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잘 울어지지 않
았다. 울지 않고도 알을 낳았다. 알을 낳고도 울지 않
았다.
그와 헤어지고 온 날, 얼마나 어두운지 아직 열흘
이나 남은 달력 한 장을 미리 뜯어냈다. 앞으로 만만
치 않게 나를 향해 부르틀 어둠을 단 열흘치만이라도
부욱 소리내어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도 얼마나
어두운지 밤 늦은 시간 웹스터 사전에서 <어둠>이란
말뜻을 찾아보았다.
어둠이란 막히고 감추어져 있으며,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애매하며, 암울하고, 희망이 없으며, 칠흑같이
캄캄하거나 혹은 상당히 캄캄한 것, 이라고 적혀 있었
다. 달력 속에 남은 나의 245일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캄캄한 것들은 울음을 갉아먹는다. 뻘건 실핏줄 떠
다니는 울음의 알을 파먹기도 한다.
오늘 수만 개의 달걀이 팔려 나갔다. 울 수 없는 무
음의 알들이 희디희게 세상으로 팔려나갔다. 무음의
알을 마시고 사람들은 잘 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