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최문자 - 벼랑 앞의 시간

벼랑 앞의 시간

-최문자


남태령 고개 오르다
오른쪽 팔다리 힘 빠지는 바람에
핸들 놓치고 액셀러레이터 놓치고
가던 길 놓치고 방향 놓치고
놓치면 죽음이라는 급커브 라인을 그리며
왼손 하나로 간신히 붙잡은 목숨,
그날, 세상은 더 없이 환해 보였다.
그 일로 유전자 검사와 관련 검사를 받았다.
어느 날 15초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
그 후로
15초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았다.
시계의 초침이 12에서 3까지 가는 동안
침 한 번 꼴깍 삼키고 나니 그만이었다
산책 길에서 배롱나무 가지에 날아온 까치 한 쌍
힘차게 울어댈 때, 시간을 쓸쩍 재어보니
제멋대로 울다 울음 그치는데
꼬박 2분 40초가 걸렸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까치처럼 맘먹고 한번 시원스레 울어젖힐 수도 없는
그 짧은 시간으로 꽉 차서 살아야 한다
꿈결 같은 15초
하나씩이 아니라
단 한 번에 툭 부러질 시간
아직도 무서운 줄 잘 모르는
시인의 15초
그 동안 겁 없이 써낸 시들이
앞으로 쓰고 싶은 시들이
초침에 매달려
재깍재깍 시간의 벼랑 밑으로부터
음산하게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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