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최승호 - 뿌리내린 곳에서의 슬픔

뿌리내린 곳에서의 슬픔

최승호


어떻게 긴 겨울을 넘겼는지 모른다.
견디려고만 했지
봄이 와도 봄에 내놓을
꽃 한 송이 준비하지 못하였다.

눈이 오면 공뺏기놀이를 하던
개와 나에게
봄은 당혹스럽게 왔다.
자목련나무는
언제 어디서
봄의 꽃들을 마련한 걸까.
럭비공만한 자목련꽃들이 햇살 속에 벌어져
향기를 토하는 것을
발걸음을 멈춘 채 개와 나는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개의 슬픔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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