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손이 모과를 거두어 갔을까
내가 바라본 것은 모과뿐이었다
잠시 모과 이파리를 본 것도 같고
또 아주 잠시 모과 꽃을 보았던 것도 같은데
모과 이파리가 돋아나는 동안
모과 꽃이 피어나는 동안
그리고 모과 열매가 익어가는 내내
나는 모과만을 보았다
바라보면 볼수록 모과는 나의 것이었는데
어느날 순식간에 모과가 사라졌다
내 눈맡춤이 모과꼭지를 숨막히게 했을까
내 눈독毒이 모과살을 멍들게 했을까
처음부터 모과는 없었던 게 아닐까 의심하는 동안
모과는 사라졌고 진눈깨비가 내렸다
젖은 가지 끝으로 신열이 올랐다
신음소리가 났고 모과는 사라졌고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에 허공 한 주먹이 피었다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를 보고있다
보면 볼수록 모과는 여전히 나의 것이건만
모과즙에 닿은 눈시울이 아리다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에서
미끄러지는 차연次緣의 슬픔
이 사랑의 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