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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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신석정 - 작은 짐승
작은짐승
-신석정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蘭)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蘭)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心臟)같이 자지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蘭)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난(蘭)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촛불>(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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