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오규원 - 아프리카


아프리카

-오규원


가뭄으로 나자마자 시들시들 곧 노인이 된 아프리카의 한 아이 사진을 보면서, 흔들흔들 젓가락 같은 다리로 그래도 직립 동물이라고 끝까지 서서 찍은 사진을 내가 보면서, 문득 내가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 느닷없음과 죄송함. 이 아픔의 터무니없는 만남을 어이할꼬.

내가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 시대의 이상도 희망도 좌절도 아니라고, 내가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치사한 개인주의라고, 개인주의란 이기주의라고, 이기주의는 사소한 탐닉이고 사소한 탐닉이란 가치가 없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이렇게 나를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일은 사랑의 일로 남아 사랑의 일이 여기 있다 하니, 이 사랑의 비극 저 아프리카의 비극을 어이할꼬.

거리의 태양은 어떻든 빛나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단추도 어떻든 빛나고 빛나는 것은 모두 어디서나 빛나는데, 이 빛나는 거리에서 빛나지 않으려는 것은 더 빛나지 않으려고 하는, 저 지랄같은 사랑의 그림자.





name  password :

  ↑prev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미선
 
  ↓next   고두현 - 빗살무늬 추억
미선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je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