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다림
   성미정-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의 휘어진 새끼손가락
이었나요
지금 당신의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의 대한 저의
사랑은 더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다림
다소 유치하고 금방 싫증날 것 같지만, 착한 시인 것 같아서요.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고두심이 한 대사도 어렴풋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시네요.
2004/01/30 x
 
미선
시 좋다. 고마워. 오빠한테 편지쓸때 같이 보내야지. 2004/01/31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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