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김지하 - 최선생

최선생

-김지하


내가 어렸을 때
내가 대학생 때
총상으로 다리를 절단당한 함경도 회령 출생, 김대 경제과 출신 술꾼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는 매일
유리 대신 비닐
문짝 대신 레이숀 박스로 된
한 평 반짜리 잔술집에서 만나
민족을 이야기하고
전쟁을 이야기하고
남북을 이야기하고
이 나라의 장래를 이야기했다
'북쪽은 그렇게 사람 살기가 어렵습니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지요'
'남쪽은 어떻습니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지요'
'그럼 문제는 사람입니까, 체제가 아닙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사람이라면, 사람도 여러 가진데......'
'사랑이지요 다시 말합니다 사랑뿐이지요'
그 뒤
그는 쌀장사도 했고
술장사도 했고
경양식집도 했고
그리고 망했고
그리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쩌면 나는 그 키가 크고 절룩거리며 걷는, 말 더듬는 최선생의 기억으로 지금껏 내 삶을 버티어 오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역사는 가도
사랑의 역사만이 남는다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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