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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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정해종 - 방전하는 밤
방전하는 밤
-정해종
틀림없이 걸어잠그고 누웠는데
누가 내 의식의 빈틈을 기어들어와
수도꼭지를 비틀어놓았는가
숫챗구멍으로 물 빠지는 소리 들려오고
밤새 꿈이 젖고 몸이 젖는다
가만있으면 무언가 자꾸 빠져나간다
머리통에서 머리털이 빠져나가고
두개골에서 기억이 빠져나가고
팔뚝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혈관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뼈대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고
술이라도 취해 정말 맘놓고 잠들었다간
하루 아침에 산송장이 되리라
누군가 내 꿈속에서 제집처럼 드나든다
텅 빈 속이 간밤을 의심하는 아침마다
꿈은 빛에 드러난 필름처럼 녹아내리지만
누구의 것일까, 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저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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