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과 유월 사이
-김정란
(분명한 것은, 분명해지기 위해서 분명하지 않은 많은 것을 죽인다, 분명한 것은 분명하 지 않은 것의 시체더미 위에 세워진 뻔뻔스러운 제국주의이다, 나는 삶을, 삶이 아닌 다른 것의 죽음인 삶을 견딜 수 없다, 그것이 다른 것을 향해 열려있는 양식을 택할 때 를 제외하고는)
오월과 유월 사이
거기 망설임의 강이 하나 있다
찰랑이는 여울목
저승과 이승 사이
(건너갈 수 있는!)
조금씩 수줍게 존재하기 시작하는 것들
연두색 잎사귀들
고요한 부드러운
사랑스러운 어색함
쭈삣거리는 혓바닥
"이제 막 살아보기 시작할까 하구요,
어때요, 산다는 건 해볼만한 건가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쨌든 나나 그들이나 이곳에 떠밀려들어온 다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연두 잎, 수줍은,
삶이거나 아니거나 한
(저 정도라면 나도 견뎌볼만 해)
이제 곧 확실해져서
씩씩해지고 그리고 자명해지고 뻔뻔스러워질
오 있음의 제국주의에 아직 점령당하지 않은
아직 전부의 기억에 촉촉히 젖어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오월, 아주 잠깐 나는 삶을 견딘다
이윽고 유월이 되면, 벌써 삶은
지나치게 확실해지고
나는 서서히 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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