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박옥순 -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박옥순


한 아이가 있었네
숨바꼭질을 하면 언제나
술래가 가장 늦게 찾는 아이

몰래 숨어든 집
장독대에서
간장 항아리에 들어온
꼭지 푸른 오이처럼
해묵은 기억을 엿듣던 아이

세월은, 이제
하나 둘 잊혀진 이름들을 부르며
내 앞의 어둠을 앞질러 가고

어머니처럼 둥근
항아리는 내게 말하네
"얘야, 이제 그만 일어나렴
너는 너무 오랫동안 숨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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