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네 멋대로 해라

나는 요즘 양동근과 이나영이 나오는 '네 멋대로 해라' 라는 드라마를 즐겨본다. 양동근-이나영, 어쩜 저렇게 서로 안어울리는 사람들을 남녀주인공으로 짝지어놓을 수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냥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곤 했었는데, 어느날 한번 무심코 본 이후로는 수,목요일을 기다리며 보고 있다. ^^

그 드라마에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설정이나 구도는 없어보인다. '저놈 나쁜놈이네' 혹은 '어머, 재수없어' 라고 생각했다가도 어느새 그 인물의 인간적인 면에 미소를 짓게 된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들 깊은 상처하나쯤 가슴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상처를 핑계로 다른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삶의 환경이나 모습, 여러 조건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결국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으로, 따뜻한 인간의 모습로 그려진다.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살라마노 영감의, 벽을 통해 들려오던 그 희미한 울음 소리처럼, 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과하게 드러내는 법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한 이유로 그 드라마에서는 '사건'이 아닌 '인물'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 드라마가 특히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남녀 주인공들이 다른 드라마에서처럼 유창하고 화려한 대사를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얼굴한번 붉히지 않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하여 표현해내는 언어의 마술사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문학작품 속의 멋진 문장만큼이나 화려하고 세련되게 잘 다듬어진 말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멋진 말속으로 빠져들곤 했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인물'은 없어지고 '말'만 남아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들은, 한마디로 말해서 지지리도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다. ^^  남자주인공인 고복수가 바쁘게 일하다가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밥 먹었어요?’, ‘뭐 먹었어요?’, ‘밥 꼭 먹어요’ 이다. 그리고 그들은 때로 동문서답같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서로에게 들릴듯 말듯한 독백식의 중얼거리는 말로 자기의 마음을 '간신히' 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많다. (그 침묵의 시간 속에는 말로는 차마 표현 못한 더 많은 말들이 녹아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어눌하고 어설픈 그들의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우리들 대부분의 사랑하는 모습과 더욱 닮아있기때문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뿐이지만... ^^;)

아무튼 나는 요즘, 양동근이 자꾸만 좋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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