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나란히...

교생실습을 나갔던
우암초등학교 2학년 1반, 지연이에게서 편지가 왔다.
토끼그림, 꽃그림이 가득한 샛노란 편지봉투에
검은색 싸인펜으로 꾹꾹 눌러 주소를 쓴
지연이를 닮은 편지였다.

지연이의 편지를 보기 전에 나는,
내가 지연이와의 약속을 잊지않고 지킨 것에 대해
'선생님 고마워요' 라거나
편지를 받고 기뻤던 마음이 표현된
그런 글이 쓰여져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저 지연이에요' 라고 시작되는 편지는
'선생님은 정말 나빴어요' 라는 말로 이어졌고
그동안 편지가 왔나 안왔나 확인하면서 느꼈던 실망감,
그리고 '선생님도 편지를 보내지 않는구나' 생각했다는
지연이의 섭섭했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고맙다는 말대신
괜찮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방학날에 편지를 보내셨으니 괜찮아요...'

지연이의 편지를 읽고 생각해본다.
편지를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던 나는 어쩌면
선생님과 학생사이의 관계 혹은 그 위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선생님인 내가 학생인 너에게 편지를 보내 주었다...
그러니 너는 감동하고 고마워해야한다...
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건 정말 아니었다고 '나'는 말하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나 모르는 나' 에게조차
그런 거만한 마음과 생각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편지를 꼭 보내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실습 끝나는대로 바로 보내기로 했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으니,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괜찮다는 말을 해준 것에 대해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연이가 편지지에 그려놓은 하트 속에
나란히 똑같은 크기로 쓰여있는 지연이와 내 이름처럼
아이들과 나의 위치 또한 언제나
나란히 똑같은 크기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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