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어떡하지...

잠안와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이상한 기척에 잠이 깼어요.
내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누군가 날 내려다보고 있는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잖아요.
무서워서 눈도 못뜨고 그냥 가만히 누워있었는데
내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밖에서 왔다갔다 발끄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에요.
가족 중 누군가 깨서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다시 내 방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다시 닫히고...
순간, 나는 도둑인가 싶어서
문이 닫힌 틈을 타서 벌떡 일어나 일단 방문을 잠궜죠.
그래도 밖에서 발소리는 가만가만 계속 들리고
잠긴 내방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소리가 계속 났어요.
정말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래서 내가 "누구세요?"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밖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나다"
우리 할머니였어요...

문을 열고 나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할머니가 그러세요. 문을 못찾겠다고...
할머니가 주무시다가 화장실에 가셨다가는
불꺼진 컴컴한 집안에서 할머니 방을 못찾으시고
이리저리 계속 왔다갔다 하셨던 거에요.
누굴 깨워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할머니 혼자 그렇게 한참을 왔다갔다...
내방이 할머니방인줄 알고 계속 열려고 하셨던 거고...

내가 할머니방까지 할머니를 모셔다드리고
할머니 방문을 닫고 나오는데
방안에서 할머니의 한숨소리가 들렸어요.
방도 못찾고, 참... 에그...
그런 소리들.

누구나 그럴수 있는거잖아요?
자다가 잠이 덜 깬 상태로 일어나
화장실을 갔다오다보면
방을 잘 못 찾을 수도 있는거죠?
그죠? 그렇죠?

근데 왜자꾸 나는 눈물이 나지...
방을 못찾아서 한참을 왔다갔다 서성이던 할머니의 발소리를,
내가 잠궈버린 내방 문고리를 돌리던 그 소리를,
할머니방 문밖에서 들어버린 할머니의 그 탄식소리를,
나는 어떡하면 좋지...
이 새벽에 들어버린 그 소리들을,
나는 어떠하면 좋지...




  seonijini 벌로...할머니 다리 주무려 드려...^^ 2003/01/09 x
  미선 새벽에 본 할머니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늙어있었고... 그리고 너무나 작았고... 그리고... 그리고... 예뻤어요. 그래서 눈물이 났나... 2003/01/09  
  다림 사랑하는 손 - 최승자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평화
2003/01/09 x
  미선 여행에서 돌아와 네 글을 읽고, 나 역시 가슴이 아리고 그만 산다는게 슬퍼져서 할머니방 문을 오랜만에 열어보았단다.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시더구나. 그래서 가만히 문을 닫았다. 앞으로는 자주 문을 열어야지. 내 마음의 문도 열어야지. 속으로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구르지는 말아야겠다... --언니 (왜, 내 이름으로 코멘트가 안될까?) 200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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