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짜증나

카프카의 <성城>을 샀다.
그동안 정말 꼭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었지만
그렇다고 선듯 읽을 수는 없었던, 그런 소설이기도했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그 책을 샀다.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가방 속에 들어있는 그 책때문에
나는 내내 얼마나 설레였던지...

그런데...
그 책의 첫페이지를 읽을 때부터
내 속의 뭔가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두장쯤 읽었을 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에이씨-" 였다.
그리고 몇장 더 읽다가
하드커버로 된 책장을 덮고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또 "에이씨-"
카프카의 소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책이 그렇다는 거다.

을유문화사, <사양>
문예출판사, <위대한 개츠비>
솔출판사, <성>

나의 소심한 성격을 드러나게 만들었던 책들.
도무지 성격좋게 읽어나갈 수 없도록 번역해놓은 책.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테지만...
그래도 난, 저렇게 번역해놓은 걸 보면
정말이지 짜증이 솟구쳐~
(뭐라? 그렇게 짜증나면 원서로 읽으라고? --;;)


집사는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 아래 집사 가운데 하나인 프릿츠라는 자가 나왔다. 자신을 슈바르처라고 밝힌 젊은이는 K를 본대로 얘기했다. 서른 살쯤 된 남자로 옷차림이 후줄그레하고 베개 대신 아주 작은 배낭을 베고 짚자리 위에서 편히 자고 있으며 손 닿는 곳에 옹이 지팡이를 두고 있음. 그가 수상쩍게 보였다는 것, 그런데 주막 주인이 자기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그 일을 철저히 밝히는 게 자신의, 즉 슈바르처의 의무였다는 것, 잠을 깨운 일, 심문, 백작령에서의 의무에 따른 추방 위협을 K는 매우 못마땅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하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그가 백작님이 부른 토지 측량사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며, 그 주장을 확인해보는 건 물론 최소한 형식적 의무라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슈바르처는 프릿츠 씨가 본부에 이러이러한 토지 측량 기사가 오기로 되어 있는지 조회를 해서 곧장 전화로 회답해줄 것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
그가 좀처럼 그 거리를 단념하지 않는 건 지쳐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 작은 집들과 얼어붙은 창유리와 눈만 끝없이 보이고 인적은 없는 마을의 길이에 놀라다가ㅡ드디어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 거리에서 빠져 나오니 좁다란 골목이 그를 맞아들이고, 더 깊숙한 눈에 빠지는 발을 빼기란 힘든 일이어서 몸에서 땀이 솟고, 문득 그는 멈춰 섰다.

-프란츠 카프카 <성> (솔출판사, 오용록 옮김)




  seonijini I don't know what it says, too. 2003/01/09 x
  친구 '위대한 개츠비'는 꼭 원서로 읽어 보거라....
영화도 보구.....
그리고 답을 해다오...
개츠비가 위대한지 아닌지...
2003/01/1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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