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오후만 있던 일요일

어제, 털실을 샀어.
털실을 사보긴 처음이었어.
목도리 하나 떠본 적도 없으면서
집에 오는 길이 참 설레였어.

어릴때 엄마옆에서 배웠던 걸 생각해가며
그냥 무작정 뭔가를 뜨기 시작했어.
하루종일 구부리고 앉아서
어설픈 손놀림으로 뜨게질을 했어.
근데 아무리 봐도 맘에 들지 않아.
꼭 나를 닮았어.

주르르 풀어버렸어.
몇시간을 정성들여 떴던 것이
단 몇분만에 실뭉치로 변해버렸어.

마음만으론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어.
그러다보니 문득, 해가 져버렸어.


-들국화,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짙은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생각없이 걷던 길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하얀 강아지 아유 없이 달아났네
나는 노란 풍선처럼 달아나고 싶었고
나는 작은새처럼 날아가고 싶었네
작은 빗방울들이 아이들의 흥을 깨고
모이쪼던 비둘기들 날아가 버렸네
달아났던 어둠이 내앞에 다가왔네
나는 어둠속으로 들어가 한없이 걸었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가 마냥 걷고 있었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포근한 밤이왔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비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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