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그렇다는거야, 그냥

사람이란게...
갑자기 이유없이 그냥 막 울고싶어지는 때가 있지 않아?
나 어렸을때.. 그러니까 중고등학생이었을땐,
그렇게 막 울고싶어지는 날이면
학교갔다 오는 길에 비디오를 하나 빌려오곤 했었어.
줄리아로버츠가 나오던 'Dying young' 이란 영화였는데
난 그 영화가 왜그렇게 슬펐나 몰라.
처음엔 그 영화가 너무 슬퍼서 울었는데
나중엔 울고싶을 때면 그영화를 빌려다 봤지.
그리고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그 영화를 다시 빌려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대신... 그렇게 울고싶은 날엔
일기장을 펴놓고 기형도의 '빈집'이란 시를 몇번이고 옮겨적곤 했어.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로 시작해서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로 끝나던
그, 죽도록, 슬픈, 시...
근데 지금은 그 영화도 그 시도 예전처럼 그렇게 슬프지는 않고
그래서 그런가, 나는 이제 울고싶어도 꾹-꾹- 눌러 잘 참지.
그리고 그렇게 울고싶어질 때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금새 환해지는
참 좋은 친구와 참 좋은 사람들이 내겐 있으니까
그런게 필요없게 된것일 수도 있어.
그런데 말이야...
한밤중에 갑자기 울고싶어져버리면
모두가 잠들어버린 시간에
나 혼자 깨어있는 것 같은 그런 시간에
갑자기 모든게 낯설어져버리고 울고싶어져버리면?
그땐.. 그냥 그것뿐이면 돼.
'잤어?' 라는 물음에 '아니!' 라는 대답.
나를 위해 그 시간에 깨어있어달란 건 아니고
그러니까 내말은...
'무심코' 깨어있는 너의 시간과
'무심코' 울고싶어져버린 나의 시간이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난 그 우연을 텔레파시로까지 확대해석하면서
다시 모든걸 익숙하고 친숙하게
그렇게 느낄 수 있을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는 거야, 그냥.



  상 지금도 깨어있는걸..... 2002/11/3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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