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타인의 취향

어제 김종서 콘서트에 다녀왔다.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네. ^^
아니, 소극장이 터져버리기 이전에
내 귀 고막이 먼저 터져버리는줄 알았다... ^^;
그 작은 체구에서 어쩜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정말 놀라웠다... 김. 종. 서.

그런데 콘서트 도중에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김종서 콘서트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왜냐하면 나는 김종서를 좋아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김종서 시디를 사서 듣고
콘서트까지 가다니... ㅋㅋ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난 추석때 봤던 '타인의 취향' 이란 영화를 떠올렸다.
중소기업 사장인 까스텔라가 연극배우 클라라에게 반해서
그녀에게 잘보이고 또 그녀의 취향을 이해하기 위해
평소엔 관심도 없던 연극을 보고 그림을 사고
심지어 자신의 콧수염까지 밀어버린다.
그러한 까스텔라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고
매우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그러한 노력과 이해가 '타인' 이라는 차가운 관계에
얼마나 따뜻하고 사랑스런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무척 재미있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였다.

어제 김종서 콘서트장에서 문득
내가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것도 그런 것이었을 거다.
어느 순간 내가 '타인의 취향'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
그 누군가의 취향을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이해해야 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음' 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어제, 누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굴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얘기였지만
그 소식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졌던 건
그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 그것때문이었을 거다.
부담스러움... 그 말은 어쩌면...
"나는 이제 당신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누굴 이해하고...
그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리면...
부담스러움만 남는 법일테니까.
다시 완전한 타인으로 되돌려 놓는 말...

영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에서
잭 니콜슨이 마지막에 헬렌 헌트에게 그런 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소"
그 남자가 나중에 정말 더 좋은 남자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을 것이다.
강박증세에 괴팍한 성격까지 가지고 있던 그가
그누굴 이해하고 자신또한 이해받고 싶어졌다는것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것,
그러한 그의 노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일일 테니까...

나는 지금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내 취향의 노래.. ^^ 를 듣고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다른 어떤 때보다도
마음을 울리는 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건
늘 나에게로만 향해있던 내 눈과, 귀와, 마음이
다른 곳으로도 향하게 되었기때문이겠지...

어쨌거나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볼록하게 나온 이 배부터 집어 넣고
(들어갈까...?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이 중요함... ^^;)
비듬도 없애고 (언제 생겨버린 거야? 민망하게... -.-;)
그리고 그런 것들 보다도...
나는 진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 소중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은선 이해하고 싶음은 어떤 대상과 온전히 교감하고싶다는 욕망의 또다른 표현이겠지. 보기좋구나.
무럭무럭 잘 자라고있군. 언젠가 이 언니가 동생에게 연애상담 신청할 날이 올것같다. 으흐흐~ 이 위기감. ^^
2002/10/2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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