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최하림 - 바람이 센 듯해서

바람이 센 듯해서

-최하림

바람이 조금 센 듯해서 커튼을 치려고
유리창 앞으로 가자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희끄무레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본 듯
했습니다 그래 말했지요
나는 아침마다 설거지하고
아내를 하나로마트에 데려다 주고
중미산을 넘어 설악동을 달린다고
요즘에는 거의 매일 설거지하고
마트에 가고 설악동으로 달리는데
공기가 심하게 부풀면서 굵은 비가
쏟아지는 날은 조심조심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길가에 세운다고 삶이
위태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무들이 흔들리고 흙탕물이 쏟아지고
차를 세우려면 왠지 슬퍼진다고
시 또한 슬퍼진다고




name  password :

  ↑prev   천상병 - 들국화
미선
 
  ↓next   강미정 -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미선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je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