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허수경시집 <혼자 가는 먼집> 후기

악기만 남고 주법은 소실되어버린 공후를 본다.
본만 남고 용은 사멸되어버린 악기,
썩어 없어질 몸은 남고 썩지 않는다는 마음은 썩어버린 악기.
악기는 고정된 세계의 현현이다.
주법은 이 현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그러나 주법은 진동의 미세한 입자를 시간 속에 끼워넣으며
악기의 경계와 세계의 경계를 건드릴 뿐인데 이 건드림,
이 건드림이 직조해내는 무늬,
진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뿜어내는 숨과
그 숨의 웅숭그림이 천변만화해내는 세계,
나는 마음이 썩기를 원한다. 오로지
몸만 남아 채취되지 않기를,
기록되지 않기를, 문서의 바깥이기를
이것이 마음의 역사다.
그 역사의 운명 속에 내 마음의 운명을 끼워넣으려 하는 나는
언제나 몸이 아플 것이다.

허수경 - "혼자 가는 먼 집" 후기에서




 
다림
오랜만에 꺼내 본 시집인데, 不醉不歸라는 시 한 편을 겨우 이해하고는 다시 덮었어요. 날이 새면 일찌감치 챙겨서 동네 서점에 들를까 하는데, 어떤 책을 선택하게 될지, 아니면 선택을 못하고 그냥 나서게 될지. 변한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시를 선택하는 취향은 예전 그대로인 것 같아요.언니는.. 2004/08/09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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