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김정란 - 슬픔의 술장식

슬픔의 술장식

-김정란


<슬픔의 술장식>이라는 말이 오늘 아침에 문득 떠올랐다. 파르스름한, 하늘색이기도 하고, 물색이기도 한, 이, 모든 경계들을 지우는 영혼의 바탕, 고요, 무참하게 아름다운............ 자잘한 단정한 흔들림, 늘, 망설이며 그 단정한 핵을 문지르며, 배어나오는, 아주 작은 소리로, 할수 없잖아, 라고 말하는,

가장자리, 거기서 삶은 시작된다, 아니, 거기서 나는 나와 상관없이 이미 시작된 삶을 견디고 유지시킨다, 물론 조금씩 밀어 보기는 한다, 다만, 벌써 뻑뻑해지고, 규정된 것 특유의 질긴 자기 주장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려고(개체는 얼마나 뻔뻔스러운가), 조심조심, 그 고요한 하늘색/물색 바탕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나는 아주 조금만 산다, 그것만이 내가 알고 있는, 삶을 배반하지 않는 유일한 방식이다

<슬픔의 술장식>, 나는 그걸 가끔, 흔들어 본다, 찰랑찰랑, 그리곤 가만히 배를 깔고 엎드린다, 내장 속으로, 서늘한 어떤 바람, 말들을 꽃씨처럼 흩뿌리는 말의 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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