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의미를 만든다. 시를 포함하여 모든 글쓰기는 차이의 기록이다. 하지만 차이란 말 그대로 차이일 뿐 정본이 아니다. 탁자 위의 물방울이 마른 흔적을 통해, 여기 물방울이 있었다고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물방울을 돌이키지는 못한다. 글쓰기는 말하자면 돌이킬 수 없는 물방울 같은, 좌절된 열망의 흔적이다. 나는 그 흔적의 글쓰기를 통해, 지금은 없는, 그대를 기록한다. 아니 그대의 흔적을 기록한다. 그 차이가 의미를 만든다.
더디고 더딘 발걸음으로 새 시집을 묶는다. 오랜만이다. 지나온 날이 그랬듯이 어쩔 수 없어서 내가 내 앞을 자꾸 가로막았기 때문일 것이다. 별다른 뜻 없이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었지만, 세상에 아무 의미 없는 일이 과연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