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영혼을 눈여겨보았다. 그가 걸을 때마다 미세한 삐꺽임 소리가 새어 나왔다. 鄕愁 또는 갈증이라는 부재의 표지 그의 몸에서 조금 그러나 편안한 삶의 양식에게는 충분히 절망적일 만큼 조금 살의 실감을 덜어내는 상처 균열 그가 무심코 내 곁을 지나갈 때 나는 아주 엷은 미묘한 먼지 냄새를 맡았다 아니 오래된 책 냄새였을까 작은 휘파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어. 아 세계가 그를 다치게 했구나 그의 상처에 대한 인식이 나를 그의 곁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향기로운 영혼들을 언제나 정확하게 알아본다 저 사람은 이백년 쯤 걸어 내게 왔음이 틀림이 없어
그가 흔들리는 걸 나는 알아본다. 그렇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나의 영혼 안에 그가 조용히 꽃등을 켜 들고 들어선 것은 그 흔들림의 자질 때문이라는 걸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저녁 바다에 가요 그리고 그는 머뭇머뭇 덧붙였다. 나는 다른 사람이예요. 나는 나인 걸 견딜 수 없어요. 그 말끝에서 세계의 모든 파도가 쏴아 거품을 일으키며 흩어졌다.
저녁바다 바람 몇 줄기 쓸쓸하게 불어왔다. 그리고 문이 어떤 불안한 입구가 파리하게 수평선 저 너머에 떠올라 왔다. 그는 가만가만 그 문을 두들겼다. 문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는 조용히 진저리치며 말했다. 오 아냐. 아직은 낯설어 난 계속 할 수 없어 난 이 습한 미지를 견딜 수 없어.
나는 그가 켜 준 꽃등을 들여다 본다. 파도 위로 반사되어 수천의 광채로 고요히 빛나는 불, 조그만 일렁이는 한없이 기다리는 참을성 많은 불, 나는 어느새 깨닫는다. 그 대신 내가 그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의 영혼이 지펴준 그 빛의 연약함에 기대는 법을 배운다.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바다 앞에 혼자 있다. 금방 해가 지겠지. 나는 그 문을 향해 걸어간다. 향기가 아슴프레 풍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