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그릇을 깨뜨려본 적 없는데
자꾸 그릇을 놓친다.
조심할수록 그릇의 살 끝을 놓치고
꼭 하려던 그릇의 말 끝을 놓치고
감춰둔 사발을 몰래 꺼내보다
마침내 그도 놓치고 말았다.
생줄 끊어놓고
산산조각난 저 혓바닥에
부러진 관계의 어금니.
한 사발의 생수를 잃어버리고
거기에 담을 빵과 찰랑한 웃음 잃어버리고
앞으로 긴 시간
어림도 없는 다른 사발로
그리움의 물 퍼먹으며
더 엎지를 것도 없는
침침한 빈 손가락 열 개뿐인 거
텅텅 비어서 줄줄 새면서
잃어버린 물 쑤셔박힌 땅만 바라볼 거
나, 다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