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문수를 잊어버린 지 오래다 나는 늘 발이 아파서 업어줘 업어줘 칭얼거렸지만 이 길을 어찌 다 지우랴 문득 길이 너무 멀어 둘러보면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니 바로 말하자 나는 혼자가 되어서야 겨우 둘러보았구나 너무 늦은 것이다 아니 정말 바로 말하자 나는 처음부터 없는 길을 애써 내고 싶었구나 없는 길이 어찌 나를 업어주랴
번지 점프에 목숨을 매단 사람들, 누구나 때로는 생애를 저렇게 던져버리고 싶어하는구나 그때마다 저 밧줄 끊어졌으면 제발 끊어졌으면, 부들부들 떨며 대신 빌고 있는 빌어먹을 나를 본다 여자애들이 놀이터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다 아직도 저런 놀이를 하나? 무심코 호주머니에 손이 간다 어라, 내 도루코 면도칼이 어디 갔지?
어렸을 때 언젠가 동시 상영의 전단지를 뿌리며 달려가던 자동차를 쫓아갔다가 길 잃은 적이 있다 영화 같은 삶에 길들여지면 집에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 너무 일찍 알았구나 집은 내 발목에 걸린 밧줄이었다 발목에 감겨 엉킨 길, 이 실타래를 끊지 못하면 영영 지나갈 수 없다 하지만 집이 없다면 처음부터 길도 없다는 것을, 집이 길을 만들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