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이문재 - 가는 길

가는 길

-이문재

가는 길에 은행잎 구른다
저무는 시월 소리내면 읽히지 않고
저녁에도 부는 바람 가끔씩 있어
긴 그림자 버짐 같은 먼지 일으킨다
한 입 시린 무거나 배추속 같은
그날들도 큰소리로 읽기엔 부끄럽다
가는 길 갈수록
가슴 설렐 일 드물 것인데
가는 길 어느새 가파르다
지는 노을 산 그림자
한짐씩 어둠의 푸른 데로 옮겨 앉는다

이 밤 한번 그리움에 져주자
나아직도 나에게 들킬 일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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