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나희덕 - 왜

왜

-나희덕

달팽이는 왜 날아오르지 못할까
붉은 먹이는 붉게
푸른 먹이는 푸르게
그렇게도 정직한 배설을 한다는데
진실은 그런 거라는데
왜 날개가 돋아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젖은 흙 속을 파고들어 연한 생살을 부비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느리게 다만 느리게
흔적 없이 기어가는 일 말고는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일 말고는 도리가 없어
이파리 한 구석에 숨은 것일까
고요히 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달팽이의 전 생애를 싣고도
왜 이파리는 흔들리지조차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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