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미선
   장석주 - 이 가을

이 가을

-장석주

활엽의 나무들이 기울어가는 빛 속에
서 있다
영원한 오류인 이 생을
하염없이 굽어보고 있는
마치 열반에 들기 직전의 노승 같다

일찍이 내 영혼 위로
몇 개의 수레바퀴가 지나갔다

나는 안다, 더 이상 방황의 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이제 내 영혼 속에 깊이 팬
그 수레바퀴의 자국들마저 끌어안아야 함을

조용히 미쳐가는 것들과
쓸쓸히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나는 젖은 날개를 접으며
느리게 부는 바람의 여울목에
긴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에게 노자를 얹어주듯
몇 잎의 잎사귀를 떨구는
저 나무들이 남기는
침묵의 설법 속으로 한없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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