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다니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모임을 한참 못나갔는데
그래도 모임때마다 꼬박꼬박 연락해서 알려주고 안부전화를 잊지않는
내겐 정말 둘도 없는 고마운 친구중의 하나다.
어릴땐 그렇게도 장난꾸러기더니 어느새 커서 이젠 제법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얼마 전에 우리엄마한테 황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껄껄 웃으면서 넘어간 성격 좋~은 친구다.
그 친구 목소리가 조금 울리는데다가 발음도 약간 말리는 편이라 우리엄마는 술취해서 한줄알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하고 재미있다. 푸히히...
그런데 오늘은 왠지 그 속 좋은 친구의 말에서도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들이 점점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 친구의 그 말에 가장 할 말없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나임에 틀림없었다.
아니, 그건 소홀해진 게 아니라... 그냥.. 다들... 그런거지 뭐...
변명을 하기조차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이였던 우리가 이렇게 어른이 다 되어서 다시 모였다고
신기해하고 기뻐하고 좋아했었는데
다들 사는 모양이 다양하고 사는 일에 바쁘다보니
10년만에 만난 반가움이나 어릴적 추억에 대한 향수같은건
다시 조금 뒷전으로 미뤄놓았던 것 같다.
솔직히 나조차도 그러했으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웠다는 얘기부터 머리를 길러 염색을 했다는 얘기까지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쉴새없이 늘어놓는 그 친구의 얘기를 웃으면서 듣다보니까
나는 문득 어릴적 그 친구와 얘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스물네살의 우리가 아니라, 열세살 그때의 우리가,
사소한 모든 것들이 관심거리였고 작은 일에도 배꼽잡고 웃곤 했던 그시절의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
어릴적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는 건
어쩌면 어릴적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네들이 나대신 간직하고 있는 나에대한 추억들,
그리고 그네들대신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추억들,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모습을 서로에게서 찾아내는 아름다운 관계.
그런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했던 나를
오늘은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