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세 개의 비커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비커 안의 빈 공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첫번째 비커에는 드문드문 열 개 안팎의 점을 찍었다. 두 번째 비커에는 첫번째 것보다 세 배쯤 많은 점을 찍었다. 그것이 마음속에 앙금이 많은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겠구나, 생각하는데 세번째 비커는 완연히 다른 그림이었다. 비커 밑바닥 4분의 1쯤 되는 지점에 가로로 선을 그은 다음 그 아래쪽에만 서른 개쯤 되는 점을 찍었다.
"이런 겁니다. 이게 몸을 아프게 하고......"
면담자는 세 번째 비커 아래쪽에 계속 점을 찍으며 말했다. 무의식의 영역에 억압해 둔 마음의 앙금들이 거기 있었다. 비커 위쪽 한점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이 내 의식의 영역, 그동안 내가 잘해 왔다고 믿어 온 마음 상태일 것이다. 그는 비커 위쪽, 한 점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사기죠. 세상은 멋진 거짓말입니다."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지난 여름 술자리에서 과대오빠가 읽어보라고 추천해 준 소설이다.
마음을 참 불편하게 하는 소설이었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