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미선
   노동

이제 확실해졌다 노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한 장본인이었다 짐승과는 다르게 살과 뼈와 피를 빚어낸 마술이었다
기적이었다
노동이야말로 인간의 출발점이고 과정이고 종착역이다한마디로 끝내자 인간의 본질은 노동이다
노동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은 짐승에 가까워진다
이제 분명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의 가장 가까운 적은 노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이다
아니다 노동에서 이미 멀어져 버린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것은 된장속의 구더기다 까맣게
감잎을 갉아 먹는 불가사의한 벌레다
쌀 속의 좀이고 어둠 속의 쥐며느리이고 축축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서식하는 이이고
황소 뒷다리에 붙어있는 가증스런 진드기이고
회충이고 송충이고 십이지장충이고 기생충이고 흡혈귀다
인간의 동지는 노동 그 자체이다

-김남주, <감을 따면서> 중에서, '조국은 하나다' 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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