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견디고 있는 게 아니므로 세월은 또 느릿느릿 흘러갈 것이다...(강연호)


   

   미선
   빠리의 택시운전사

삶은 곧 사랑이며, 삶의 가치관은 곧 사랑의 가치관이다.
사람은 표현을 하지 않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하며 살아간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또는 '나는 당신만을 사랑한다' 또는 '나는 당신을 미치게 사랑한다' 등의 말들도 알고 보면 사랑한다는 그 대상을 통하여 자기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말들이다.
자기 분열되고 해체되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허깨비 같은 것이다.

쫓기고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항상 불안했고 끊임없이 쫓기고 있었다. 나를 쫓는 그 환영은 나의 그림자였다. 그는 나 자신이었는데 내가 아니었다. 나는 성장했는데 그는 아직 아주 어린 모습 그대로였고 나에게 손짓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나의 그림자처럼 나를 쫓아왔다. 나는 도망쳤지만 그는 계속 쫓아와서 나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갈 수 없었고 그는 강 건너편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손짓만 할 뿐이었다.

싸르트르를 읽고 까뮈를 읽었다. 그리고 리스먼의 자아지향에 대하여 읽었다. 다른 사람을 다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내 삶의 원칙이 되었다.
까뮈가 말한 시지프스의 바위는 나에게 특별한 이미지를 갖다 주었다. 다시 굴러떨어질 줄 알면서도 그 바위를 꼭대기로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의 비극은 처절한 것이었지만 저항이었고 철저한 삶이었다. 나도 시지프스가 되었다. 바위로 그 강을 메우는 거야.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 강을 메우는 거야. 시지프스의 바위로. 나의 바위로.

나는 시지프스와 갈레리앵(노 젓는 죄수)의 운명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한 삶만이 나 자신의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name  password :

  ↑prev   2002. 12. 24. 대학로 [6] 미선  
  ↓next   나는 [2] 미선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jeje